관습도 법이 되나요?

관습도 법이 되나요?

 

(대법원 2003. 7. 24. 선고 2001다48781 전원합의체 판결)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이 개시된 날부터 20년이 경과하면 소멸한다’

 

나는 법학을 전공한 것을 좋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변호사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좋습니다. 친구, 선배, 후배, 가족, 친척, 지인, 고객, 국가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저에게 법을 물어보고, 법률문제를 상담받습니다. 그래서 제가 유능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법공부를 해서, 그리고 법과 관련된 좋은 자격증을 취득해서 좋습니다. 

 

그런데 법중에 관습법이라고 아시나요? 잘 모르죠? 저도 잘 모릅니다. 대학교나 로스쿨 헌법시간에 잠깐, 민법총칙 수업에서 잠깐 배우고 나서 실제로 써먹은 적은 없습니다. 법률 강의할 때나 지금처럼 글을 쓸때 잠깐 사용하기는 하네요.

 

실제로 관습법은 잘 사용되지 않는데 그것은 직관적으로 법관이 관습에 따라서 판결을 하면 쉽게 승복이 되겠습니까? 관습이 있느냐 없느냐부터, 관습이냐 관습법이냐, 관습에 우선하는 약정이 있느냐, 관습에 우선하는 법규정이 있느냐 따지고 들것이 많습니다. 법원 밖에서 열나게 다투고 와서 해결이 안되어서, 돈내고 재판하는데 명확한 글씨로 된 법전에 의해서 판단하지 않고, 관행, 관습을 기준으로 판단을 내린다면 어느 누가 쉽게 받아들이겠습니까? 

 

직관적으로는 이렇게 설명을 합니다만, 실제로 관습법이 법이 되는지는 논리적으로 따져 보아야 하겠지요. 그렇죠? 법에 관련된 것이니까 논리적으로 살펴보아야 겠습니다. 

 

 법원은 관행에 이런 물음을 던집니다.

 

1) 관행이 존재하는가?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한 어떤 사회생활규범이 있는가?

2) 관행이 법의 지위로 올라올 수 있을 정도인가?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기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가?

3) 법과 동일하게 보려면?

 

 관행이 법이 되려면

1) 헌법에 위반되지 않아야 하고, 법률 등 헌법의 하위 규범에도 어긋나지 않아야 하고, 기타 전체 법질서에 반대되지 않아야 합니다. 

2) 정당성과 합리성이 있어야 합니다.

3) 관행이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것이어야 합니다.

4) 사람들이 관행을 법이라고 인식할 정도여야 합니다. 

 

일제시대나 그 이전부터 이런 관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상속을 받아야 하는데 상속을 받지 못한 아들이 있습니다. 그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날로부터 20년이 지나면 더이상 상속재산을 달라고 형에게 요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이 개시된 날부터 20년이 경과하면 소멸한다."

 

그런데 이러한 관습은 관습법이 될 수 없습니다.

 

1) 20년 의 경과 후에 상속권침해가 있을 때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상속권을 침해행위가 있다면 상속인임에도 불구하고 진정상속인은 권리를 잃게 됩니다. 구제를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2) 소유권은 원래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소유권 고유의 속성에 반합니다.

3) 불합리합니다! 진정상속인이 참칭상속인에 의해 재산권 침해를 당했더라도 방어를 할 수 없게 되어 불합리합니다.

4) 정당성이 없습니다!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법질서 전체의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의 논증구조(주장+근거) 마음에 드시나요?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법질서 전체의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 근거는 구체적으로 들지 않고 동어반복을 했네요. 위의 설명에 뭉뚱그려져 있다고 판단했을수도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게 근거를 제시해 주어야 좀 더 설득력이 생기겠지요? 일개 변호사 나부랭이가 사법부 최고기관의 논증을 지적했네요. 에궁.